‘공공의 눈’(Public Eye), 한 곳에 모여

2004 세계보도사진전, in SEOUL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겁에 질린 아들을 달래고 있는 이라크 포로, 가난에 못 이겨 자신의 피를 팔다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중국 농민들,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두 어린 아이의 시신을 안고 있는 이란 한 아버지의 슬픈 어깨…’ 이라크 포로수용소와 중국의 AIDS 감염 마을, 이란의 대지진의 실상을 카메라가 극적으로 포착한 사진들이다.

보도사진은 세계 역사의 현장에 있었고, 이를 기록해왔다. 본격적으로 보도사진 개념이 도입된 것은 아직 100여년이 채 안 되지만, 사진기자들은 짧은 기간 동안 기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 ‘공공의 눈’(Public Eye)을 가진 그들은 ‘100개의 기사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내용을 단 1장의 사진’으로 말한다. 전 세계 보도사진 기자들은 뷰 파인더로 잡아낸 순간의 선택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오늘도 전장터를 마다하지 않는다.

전세계 사진기자들의 그러한 열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퓰리처상과 함께 보도사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2004 세계보도사진전(WPP, World Press Photo)’이 오는 세계보도사진재단과 동아일보사 주최로 오는 9일부터 9월2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에서 열린다.

세계보도사진전은 전세계의 사진기자들에게 지난 50여년 간 꿈의 무대로 여겨졌다. 그만큼 전시회는 해마다 수천명의 사진기자들이 수만 여장을 출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에도 124개국의 언론사와 사진기자, 프로사진가, 매그넘 등과 같은 단체소속 사진가 등 4176명이 지난해 동안 그들이 누볐던 역사의 현장을 렌즈에 담아 총6만3093개의 사진을 출품했다. 작품은 엄선된 수상작 192점이 뉴스와 인물, 스포츠, 문화예술 등 10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전시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일반인들이 사진기자 및 보도사진 전문가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보도사진 촬영기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다. 전시회 관련 문의는 세계보도사진전 서울 사무국(02-569-1170 / 02-736-2260)으로 하면 된다.

미디어다음은 대상작을 포함해 수상작 11점을 미리 소개한다.

<대상작> / Jean Marc Bouju / 프랑스

2003년 3월 31일 남부 이라크 나자프 시에 있는 미국 10 공수사단 3여단 내의 포로수용소 안에서 한 이라크 포로가 겁에 질린 4살난 자신의 아들을 안고서 달래고 있다. 이 사진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총이나 탱크, 병사의 모습이 없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부지 기자는 "부자의 모습에서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이 교차하는 묘한 느낌’을 강렬히 받았다"고 한다.

Lu Guang / Peoples' Republic of China, Gamma

1990년대 중반, Henan(하남)성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피를 1파인트당 50원에 팔았다. 이 돈은 2개의 비료를 사는데 충분한 돈이었다. 그 과정은 청결하지 않았고, 다수의 사람들이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됐다. 어떤 마을은 40% 이상의 주민이 양성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동안 외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AIDS 환자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

사진의 Qi Guihua가 남편 품에 안긴 채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그녀는 사진을 찍은 후 2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Atta Kenare / France-Press

2003년 12월 26일 새벽 이란의 밤시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당시 4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던 도시 자체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었다.

사진은 지진이 멈춘 후 지진 때문에 목숨을 잃은 두 아들을 어깨로 들쳐 메고 묻으러 가는 아버지의 뒷 모습.

Bruno Stevens / Belgium, Cosmos for Stern

전쟁이 나기 몇 주전, 바그다드시에 있는 Al Zahawi Cafe의 모습. 유명한 시인이나 음악가의 이름을 붙힌 이런 카페는 바그다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장소다. 이라크에서 카페는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거나 도미노나 백카몬 같은 게임을 하는 장소로, 그들에게는 중요한 여가의 장소이기 때문.

Mark Zaleski / USA, The Press-Enterprise

2003년 1월, 캘리포니아는 산불로 약 1000에이커가 소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와 가옥의 손실은 없었다. 그러나 2003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 커다란 산불을 일으켰고, 수천 에이커가 소실되고 가옥의 피해가 늘어났다. 결국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남부캘리포니아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에 이른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산림국 소속 헬기가 남부 켈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있는 Goose Creek 골프장 주변으로 번지는 산불을 막기 위해 공중에서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Tim Clayton / Australia, hte sydney Morning Herald

2003년 11월 호주 시드니에서 럭비월드컵이 개최됐다.

사진은 프랑스팀과 뉴질랜드팀 간의 3위 결정전에서 스프럼 속에 같여 있는 프랑스팀 주장 Yannick Bru의 모습. 경기는 뉴질랜드가 40대 13으로 프랑스팀을 크게 이겼다.

Adam Pretty / Australia, Getty Images

파도를 맞으며 바다로 향하는 선수들의 모습.

Yuri Kozyrev / Russia, Time Magazine

러시아는 싱크로나이즈 경기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초기에는 남자 종목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대다수의 선수가 여자들.

사진은 러시아의 싱크로나이즈 수영학교에서 학생들이 연습하고 있는 모습.

Vladmir Vyatkin / Russia, Ria-Novosti

2001년 9월 11일 미국 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한 뒤, 미국은 2002년 1월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이후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해 자국민을 보호하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동맹국인 영국·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2003년 3월 17일, 이라크에게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마침내 미국은 3월 20일 오전 5시30분, 바그다드 남동부 등에 미사일 폭격을 가하면서 전쟁을 개시했고, 이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였다.

사진은 12살인 Ali Ismail이 바그다드에 있는 Al Kindy병원에서 가까운 친지에게 간호를 받고 있는 모습. 이 소년은 갑자기 들이닥친 로켓포 공격으로 몸의 일부가 잘려나갔고, 부모와 형제, 11명의 친지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Nick Danziger / UK, Contact Press Images

2003년 4월 8일 북부아일랜드 힐스브로성(城)에서 미국 조시 W 부시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회담을 가졌다. 이는 미군이 바그다드에 입성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영국의 믹구에 대한 전쟁지원은 다른 유럽연방국가들과 균열을 일으켰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가 그 대표적인 나라.

Philip Blenkinsop / Australia, Agence Vu for Time Asia

Hmong소수 민족은 베트남 전쟁과 라오스, 캄보디아 분쟁 동안 미국 쪽에서 싸웠다. 이들은 주로 조종사 구출과 북부 베트남군의 공급로 차단의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Hmong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일부는 종전 이후 삶의 터전을 떠났지만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전쟁에서 미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결국 Hmong 부족은 1975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약 7000명 정도였지만 종전 이후, 지금은 약800명 가량만 남아 있다.

사진은 베트남 정부군에 포위된 Hmong 반군들이 애원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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