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sabaino/40016378836 



맥주잔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맥주마다 서로 다른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왼쪽부터 벨기에 호가든, 영국 뉴캐슬, 멕시코 네그라 모델로, 독일 파울라너, 벨기에 스텔라아르투아, 독일 에딩거, 독일 프란치스카너, 벨기에 두블./촬영협조=맥주전문점 와바(wa-bar.co.kr)

 

아래는 8월11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맥주 이야기' 원본입니다.맥주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8 '잔'으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지면이 좁아 기사를 압축하다보니 잔 숫자를8개에서7개로 줄여야 했습니다. 맛있고 시원하게 읽어주세요. 멋진 사진은 조선영상미디어 정복남기자가 찍었습니다. 구름에

 

-------------------------------------------------

 

‘100년만의 무더위네’ ‘아니네’, 기상청과 네티즌이 티격태격할만큼 무더운 올 여름. 그래도 이 여름 조금이나마 행복할 수 있는 건 친절하도록 차가운 맥주 덕분 아닐까. 맥주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것을 여덟 잔에 나눠 담았다.

 

첫번째 잔. 최초의 맥주, 누가 마셨나?

 

이 황홀한 음료를 처음 맛 본 사람은 6000여년 전 메소포타미아(오늘날 이란)에 살던 수메르인 주부(主婦)로 추정된다. ‘물과 곡식을 담아 뒀던 항아리. 며칠 지나 들어다보니 곡물이 발효돼 걸죽하면서 거품이 부글거리며 쉰 듯한 냄새가 나는 액체로 변해 있었다. 버리려니 아까워 한 모금 마셔보니 알딸딸한게 기분 좋더라?.’ 맥주의 탄생은 대략 이렇지 않았을까.

 

요즘처럼 맥아(보리)를 이용한 맥주는 이집트인이 5000여년 전부터 마셨다. 지난 2002년 일본 기린맥주는 고대 이집트인이 마신 맥주 맛 재현을 시도했다. 이집트 고(古)왕국시대 벽화에 묘사된대로 말린 포도로 만든 효모, 구운 빵, 맥아를 사용했다. 빵은 고대 이집트에서 나던 것과 가장 비슷한 밀을 사용했고, 그릇은 이집트에서 수입한 토기를 썼다.

 

이렇게 만든 맥주는 색이 짙게 우린 홍차와 비슷하고 거품은 없었다. 홉(hop)을 사용하지 않아 쌉쌀하지 않고았다. 신맛이 강해 화이트와인과 비슷하면서 막걸리처럼 걸죽했다. 알코올도수는 10%로, 5% 전후인 요즘 맥주보다 훨씬 독했다.

 

두번째 잔. 맥주는 차가워야 제 맛이다?


얼음이 가득 담긴 통에서 꺼낸,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차가운 맥주. 무더운 여름 차가운 맥주처럼 맛있는 음료도 없을 것이다. 미지근한 맥주도 맛이 없지만, 차가울수록 좋지도 않다. 너무 차가우면 맥주 고유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맥주는 봄·가을 섭씨 8~10도, 여름에는 6~8도, 겨울 10~12도에서 거품이 가장 잘 생기고 탄산가스도 제대로 남아있다.

 

세번째 잔. 맥주는 잔에 따라 마셔야 하나?

 

언제부턴가 맥주를 잔에 따르지 않고 병째로 마시는 사람이 늘었다. 갈증 해소를 위해서라면 병째 마셔도 상관없다. 하지만 유럽사람들은 맥주를 반드시 잔에 따라 마신다. 맥주를 입구가 넓은 잔에 따라야 향을 즐길 수 있고, 한꺼번에 들이킬 수 있어서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역에 있는 하우스맥주점 ‘캐슬 프라하’(02-596-9200) 조완제 사장은 “맥주는 칵테일처럼 홀짝거리는 술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맥주는 혀가 아니라 목으로 느끼는 술이에요. 거품이 사라지기 전 쿨럭쿨럭 마시면 쌉쌀한 호프의 풍미가 목을 타고 오르면서 혀를 조이는 쾌감을 줍니다. 이게 진짜 맥주 맛이죠.”

 

네번째 잔. 거품은 왜 ‘맥주의 꽃’인가?

 

조완제 사장은 “‘맥주로 잔을 꽉 채우지 왜 거품을 주느냐’고 불평하는 손님도 있는데, 정말 모르는 소리”라며 안타까워했다. 거품은 탄산가스가 날아가는 것을 막는다. 또 맥주와 공기의 접촉을 막아 산화하지 않게 한다.

 

이상적인 거품 두께는 2~3㎝. 잔을 살짝 기울여 따르다가 똑바로 세워 세차게 따른다.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거품을 위로 밀어올리듯 조용히 따른다. 거품이 작고 촘촘해야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다. 맥주잔에 기름이나 때, 세제가 묻어 있으면 거품이 잘 일지 않는다. 거품은 맥주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를 맥주의 표면장력으로 감싸고 있는 상태인데, 이물질이 있으면 표면장력이 약해진다.

 

다섯번째 잔. 맥주는 어떻게 구별하나?

 

‘라거’는 한국에서 OB맥주의 대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라거는 고유 상표가 아니다. 맥주는 제조방식에 따라 크게 라거(lager)와 에일(ale)로 나뉜다. 맥주 제조과정에서 발효 촉매인 효모가 양조통 바닥에서 활동해 만들어진 맥주를 라거라고 한다.

 

라거는 세계 맥주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맥주로, 한국에서마시는 맥주는 거의 100% 라거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깨끗하고 부드럽다. 요즘 같은 투명한 황금빛 맥주는 1842년 체코 필젠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맥주를 ‘필스너(Pilsner) 라거’라고 한다. 이전까지 맥주는 짙은 갈색이었다. 독일 남부에서 발달한 밀맥주(‘바이첸’ 또는 ‘바이스비어’라 불린다)는 맥아(보리)와 함께 밀을 섞어 만든 맥주. 뿌연 황금빛에 오렌지를 연상케 하는 신선한 과일향과 뭉글뭉글 입속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인상적이다.

 

라거와 함께 맥주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에일(ale)은 효모가 맥주 양조통 표면에서 활동해 만들어진 맥주다. 쓰고 탄산이 적다. 한국에서도 한때 인기였던 흑맥주는 에일의 일종으로, 검게 그을린 맥아를 사용해 콜라처럼 색이 짙고 캐러멜 향이 난다. 벨기에는 필스너처럼 맑고 옅은 색상에 꽃 또는 과일향이 나는 독특한 에일로 유명하다.

 

여섯번째 잔. 맥주마다 잔 모양이 다른 까닭은?

 

‘와바’(wa-bar.co.kr)처럼 다양한 세계 맥주를 내는 곳에서는 맥주에 따라 다른 유리잔을 준다. 필스너 맥주는 위로 조금씩 넓어지는 긴 맥주잔과 나온다. 풍부한 호프향을 코로 맡고,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기포를 눈으로 즐기라는 배려다. 밀맥주잔은 필스너잔과 비슷하지만 윗부분이 안으로 살짝 구부러져 밀맥주의 과일향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

 

향이 좋기로 특히 유명한 벨기에 에일 전용잔은 크고 둥그런 형태에 잔 입술이 바깥으로 살짝 말렸다. 코냑잔과 비슷하다. 향을 한데 모아 코로 냄새를 맡는데 이상적이다. 고급 에일은 잔 입구가 넓은 고블릿(goblet)을 쓴다. 미묘한 향을 깊이 들이킬 수 있다. 또 손바닥을 잔 아래 대고 에일을 살짝 덥히기도 편하다. 좋은 에일은 차지 않게, 약간 미지근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와인잔이 있다면 맥주를 담아 마셔보라. 평소 맡지 못하던 향과 맛이 감지된다.

 

일곱번째 잔. 생맥주, 병맥주, 하우스맥주는 뭐야?

 

열처리를 하느냐, 하지 않는냐에 따라 크게 생맥주와 병맥주로 구분된다. 열처리를 않은 생맥주에는 효모가 살아 있어 더 신선하다. 대신 쉬 변질되 항상 냉장해야 한다.

 

하우스맥주는 대형 맥주회사에서 대량 생산해 공급하는 생맥주가 아닌, 술집(하우스)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맥주를 말한다. 2003년 주법(酒法)이 바뀌어 술집에서 맥주를 제조해 파는 업태가 가능해지면서 전국적으로 120여개 하우스맥주점이 성업 중이다. 갓 만들어 싱싱하면서 술집마다 다른 개성있는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반 맥주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 때문에 벌컥 들이키긴 부담스럽기도 하다. 대개 ‘바이첸’(바이스) ‘헬레스’(필스너) ‘둥클레스’(흑맥주) 3가지 맥주를 선보인다.

 

마지막 잔. 맥주를 왜 ‘액체 빵’이라 하나?

 

재료도 비슷하지만 영양도 빵처럼 풍부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래서 맥주는 마시면 살이 된다. 특히 뱃살이 된다. 오죽하면 ‘맥주 배’(beer belly)란 표현까지 있을까. 생맥주 한 잔(500㎖) 열량은 190㎉. 식빵 2쪽(194㎉) 또는 밥 2/3공기와 비슷하다.

 

<자료출처:조선닷컴 김성윤기자카페 '김성윤의 Gourmet Club'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