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이 이뤄낸 ''자비의 점심'' | |
지난 1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뒤편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원각사에서 만난 석보리 스님은 법당으로 들어서는 노인들을 분주히 맞고 있었다. 이 절은 원각사란 번듯한 이름보다 유리창에 대충 써 붙인 ‘무료 노인 급식소’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석보리 스님은 1993년 수도하던 경기 용인의 한 절에서 원각사지 10층석탑을 보기 위해 탑골공원을 찾았다가 노숙하는 할아버지를 만난 인연으로 지금까지 불우 노인들을 위한 급식을 계속하고 있다. “그날 만난 할아버지는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도 집에서 냉장고 여는 것까지 눈치를 볼 정도로 구박당한다며 노숙하고 있더라고요. 밤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날이 밝았고, 가진 돈 500원을 털어 국밥 한그릇 사서 나눠 먹은 게 첫 공양이었습니다. 그때 국밥을 나눠 먹은 할아버지가 제겐 부처님이었습니다.” 이튿날 스님은 절로 돌아갈 차비가 없어 탁발해 돈은 마련했지만 공원에 모여 앉아 끼니를 거르는 수많은 노인들을 차마 저버릴 수가 없었다. 스님은 이후 탁발을 계속해 일주일에 한번씩 노인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는 공양을 시작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1993년에는 불가에서 금지된 탁발을 한다고 종단에서 제지를 당하기도 했고, 97년 말에는 IMF 사태가 터지면서 노숙자가 급증해 하루 500명분의 식사를 마련해야 하기도 했다. 스님은 아직까지 국가나 종단의 지원 없이 탁발과 신자들의 보시만으로 공양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선행이 세간에 알려지자 도움의 손길도 늘어 98년에는 지금의 건물에 법당을 차릴 수도 있었고, 쌀밥으로 매일 점심 공양을 할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원각사는 하루 평균 평일에는 150여명, 휴일에는 그 두배 가까운 노인들이 찾고 있다. 점심만 제공하지만 오전 8시부터 공원 담장을 따라 노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할 정도다. 이렇다보니 절 형편은 늘 궁핍하다. 불자들이 주로 쌀로 시주하기 때문에 밥 걱정은 없지만 집세와 수도·전기료 등이 큰 부담이다. 부식비도 만만찮다. 스님은 근처에 약간의 땅을 얻어 값싼 가을 채소를 대량으로 사서 묻어 뒀다가 채소값이 비싼 봄에 캐 먹는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계란입니다. 절이라 기름진 음식을 할 수는 없지만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은 부처님께 사죄 드리고 계란 반찬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스님 옆에 선 한 할아버지는 “세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매일 걸어온다”며 “한끼 해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스님이나 다른 절 식구들이 가족같이 대해주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님은 이내 “노인들이 저보고 고맙다고 말하지만 저 역시 그분들 덕에 밥을 얻어 먹는 ‘식객’일 뿐입니다.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에겐 모두 부처님인 셈이죠”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나기천·장인수 기자 na@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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