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998년 8월 17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모니카 르윈스키 씨와의 ‘성관계’를 시인하면서 “나는 그동안 아내를 포함해 국민을 오도해 왔으며,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영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4월호는 과거 정치 및 재계 지도자가 했던 사과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분석하는 논문을 실었다. HBR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과를 성공적인 사과로 분류했다. 당시 진실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섹스 스캔들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과를 통해 대통령과 미국 국민,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HBR는 1982년 존슨앤드존슨의 존 버크 회장 사과를 가장 완벽한 사과라고 평가했다. 당시 이 회사 제품 타이레놀(해열진통제)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주입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버크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고 사과한 뒤 미국 전역의 타이레놀을 회수했다. 추가 비용이 1억 달러나 들었다. 이 같은 과감한 사과로 존슨앤드존슨은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 실패 사례도 있다. 1989년 알래스카 해안에 대규모 기름 누출 사고가 발생한 뒤 엑손(현재는 엑손모빌)의 로런스 롤 회장은 6일 동안 언론 접촉을 피했다. 사과성명도 일관성이 없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제대로’ 사과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직까지도 엑손은 ‘반환경기업’이라는 이미지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과 달리 기업이나 국가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사과에 인색하다는 것이 HBR의 분석. 이는 공개사과에 따른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사소한 문제로 자주 사과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진정한 사과의 효과는 매우 커 때론 피해자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HBR의 분석. 실제로 최근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7%가 “만약 병원 측이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했으면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관심 대상이라고 HBR는 지적했다. 그동안 이라크전쟁 수행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부시 대통령은 한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시간이 가면 잘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사과할 부분에 대해선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국정수행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HBR는 충고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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